쉬즈라인은 헤어롤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고스디자인에 들어온 요청은 간단했습니다.
새로운 헤어롤을 디자인해 달라는 것. 그러나 헤어롤은 제품 디자인이 손대기 가장 까다로운 품목 중 하나입니다. 원통에 벨크로를 감고 머리카락을 만다 — 기능은 이미 완성되어 있고, 그 위에서 더 나은 기능을 주장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누군가의 특허 안에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킥오프에서 고스디자인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도 그 벽이었습니다. 기능적 접근은 특허 우려가 예상되고, 정형화된 아이템은 시장에 이미 충분히 많다는 것. 여기서 길은 둘로 갈립니다. 벽을 정면으로 넘으려 애쓰거나, 차별화의 축 자체를 옮기거나. 고스디자인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개발 목표를 ‘효과’가 아니라 ‘경험’ 단위로 다시 쓴 것이 이 프로젝트의 첫 판단이었습니다.
그 판단은 소극적 회피가 아니었습니다. 헤어롤을 쓰는 사람이 실제로 겪는 시간을 들여다보면, 정작 아무도 손대지 않은 문제가 기능 바깥에 크게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뻐지는 시간은 왜 예쁘지 않았는가
고스디자인이 사용자 여정을 따라가며 확인한 것은, 헤어롤의 진짜 문제가 ‘컬이 잘 나오느냐’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문제는 시간에 있었습니다. 앞머리 볼륨은 잠깐 말아서 나오지 않습니다. 아침에 말고,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고, 정거장에 서 있고, 지하철을 타는 동안 계속 말려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출근길과 등굣길에는 머리 위에 헤어롤을 얹은 채 서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뻐지기 위해 쓰는 물건인데, 예뻐지는 과정은 예쁘지 않습니다.

이 어긋남은 사용자 조사에서 문장으로 잘 나오지 않는 종류의 것입니다. 불편은 말이 되지만 민망함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헤어롤이 부끄럽다”고 말하는 대신 “그냥 그렇다”고 말합니다. 리서치에서 이 항목이 크게 잡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이것을 문제로 세운 것은, 디자이너가 조사표가 아니라 거리에서 본 장면을 근거로 삼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헤어 소품의 역사를 되짚은 대목이 이 판단을 뒷받침합니다. 과거에는 헤어롤을 말고 있는 모습이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읽혔습니다. 그 인식이 바뀐 계기는 성능 개선이 아니라 한 사람이 헤어롤을 액세서리처럼 당당히 노출한 장면이었습니다. 2009년의 딸기 모양 스펀지 롤이 폭발적으로 팔린 이유도 성능이 아니라 저렴하고 직관적인 귀여움이었습니다. 헤어 소품 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능이 아니라 인상으로 움직여 왔던 셈입니다.

킥오프에서 쉬즈라인이 인상적인 제품으로 꼽은 것이 헤어 브러시였다는 사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유는 성능이 아니었습니다. 교복 주머니에 꽂았을 때 하트 모양이 보인다는 것.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말한 이 한 줄이 이미 답의 절반이었습니다. 물건이 쓰이는 순간이 아니라, 보이는 순간이 이 카테고리의 승부처라는 것.
고스디자인이 이어서 들여다본 것은 10~20대 중반의 소비 심리였습니다. 이들에게 미적 선택의 기준은 ‘나에게 어울리는가’보다 ‘지금의 분위기와 맞는가’에 가깝습니다. 가방에 매단 키링 하나로 자신을 설명하고, 혼자 튀기보다 같은 방식 안에서 각자의 취향을 드러냅니다. 이 흐름 속에서 헤어롤은 더 이상 뷰티 도구가 아니라 취향과 태도를 말해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여정의 나머지 마디에서도 불편이 나왔습니다. 보관 단계에서 10대 사용자들은 헤어롤을 가방 속에 숨겨서 들고 다닙니다. 숨기니 잃어버리고, 가방 바닥을 굴러다니니 위생도 좋지 않습니다. 착용 단계에서는 집게가 걸렸습니다. 헤어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품이면서, 무게감이 있고 ‘준비 중’이라는 인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부품입니다. 결과 단계에서는 형상이 걸렸습니다. 지금의 앞머리 스타일은 모질과 파마 여부에 따라 갈라져 있는데 — 눈썹 위는 굵은 롤, 눈썹 밑은 타원형, 옆머리는 양쪽 세트 — 시장에 나와 있는 앞머리 롤은 여전히 원기둥 하나뿐이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 네 마디의 불편이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문장으로 묶인다는 점입니다. 헤어롤은 사용자의 하루 중 가장 오래 노출되는 물건이면서, 노출을 전제로 설계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
이슈 | 발견 | 인식 | 해결 | 전달 |
보이는 시간 (자기표현) | 말고 있는 긴 시간이 집 밖에서 흐른다. 예뻐지는 과정이 예쁘지 않다. | 감출 도구에서 보여질 액세서리로. 착용된 상태 자체가 완성. | 집게를 지우고 커버에 표정을 얹다. 이모티콘 그래픽과 귀 형상. | A·B·C·D 네 타입 전개, 13명 선호도에서 D 2.38·A 2.31로 상위 확인. |
고정과 자국 (사용성·구조) | 스프링 노출로 마감도 저하, 무게감, 머리 들뜸. | 고정은 부품이 아니라 감싸는 면이 맡을 수 있다. | 스프링 제외 + 롤을 감싸는 커버 마찰 고정 + 헤어 프렌들리 라운드 엣지. | 매뉴얼에 사양 반영. 장기 착용 자국·내구의 정량 검증은 이 단계에서는 미도달. |
보관·분실·위생 | 가방 속에 숨겨 다녀 잃어버리고 오염된다. | 보관하는 장면도 보여지는 장면이다. | 심지+키링 고리로 가방 밖에 건다. 결합 6종 중 막대삽입·핀끼움 채택. | 사용–보관–휴대를 한 시스템으로 통합. 키링 고리는 기성품으로 원가·납기 확보. |
확장성 (양산·시장) | 기능 차별화는 특허와 포화로 막혀 있다. | 차별화의 축을 ‘효과’에서 ‘경험’으로 옮긴다. | 금형 변경 없이 인쇄 그래픽 교체, 지비츠식 파츠 탈착. | 커버 유형 매트릭스 배포로 시즌·컬렉션 확장 구조 확보. 금형·벨크로 컬러 확정은 후속. |
감출 것인가?, 보여줄 것인가?
고스디자인은 감추지 않기로 했습니다. 갈림길은 분명했습니다.
한쪽은 헤어롤을 더 작고 더 눈에 안 띄게 만들어 노출의 부담 자체를 줄이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노출을 인정하고 보여질 것을 전제로 다시 설계하는 길입니다.
첫 번째 길은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두 번 막힙니다. 더 작고 더 눈에 안 띄는 헤어롤을 만들려면 결국 구조와 소재의 기능 경쟁으로 되돌아가야 하고, 그곳이 바로 특허의 벽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헤어롤은 머리 위에 있습니다. 머리 위는 감춰지지 않습니다. 감추려는 설계는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스디자인은 방향을 이렇게 못 박았습니다.
이 헤어롤은 제거되어야 할 도구가 아니라, 보여도 괜찮고 오히려 보여질 때 개성이 완성되는 오브젝트다.
컬의 완성 여부보다 지금의 나를 어떻게 드러내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소품이 아니라 액세서리로서의 헤어롤 — 이 한 문장이 이후 모든 판단의 축이 되었습니다.

방향이 정해지자 고스디자인은 ‘보여진다’를 여섯 갈래의 무드로 펼쳤습니다. 취향을 드러내는 키치함(Playful Kitsch), 보편적 호감의 귀여움(Simply Cute), 마는 동작과 음식의 이미지를 겹친 맛있음(Visually Tasty), 낯설어서 한 번 더 보게 되는 특이함(Curiously Different), 설명보다 인상이 먼저 남는 기상천외함(Wild & Odd), 착용하지 않아도 멋있는 물건으로 읽히는 오브제(Cool Object). 여섯 갈래가 각각 다른 물건을 제안한 것이 아닙니다.
노출이라는 하나의 조건을 서로 다른 감정으로 번역한 시안들이었습니다.
1. 아기자기한 모드


2. 갖고 싶게 만드는 귀여운 무드

3. 보기만해도 반응하게 맛있는 무드

4. 낯설어서 한번 더 보이게 되는 특이함 모드

5. 기상천외한 무드

6.힙합이 중심되는 오브제 무드

⚡ 착용된 상태로 완성되어야 할 액세서리 ↔ ‘준비 중’을 드러내는 스프링 집게와 모발 자국 보여질 것을 전제로 하려면 헤어롤 위에 표정과 개성이 얹혀야 합니다. 그런데 헤어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품인 집게는 정중앙에 스프링이 노출되어 마감도를 떨어뜨리고, 무게감으로 ‘준비 중’이라는 인상을 강화합니다. 그렇다고 집게를 없애면 고정력이 사라집니다. 고개를 숙이거나 움직여도 흘러내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이 제품의 존재 조건입니다. 게다가 머리에 직접 닿는 부품을 키우면 자국이 남습니다. 고스디자인은 부품을 고치는 대신 역할을 옮겼습니다. 집게가 맡던 고정을 ‘롤을 감싸는 커버’에 넘기고, 스프링을 지운 자리를 표정이 앉는 면으로 만든 것입니다. 고정 장치를 장식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장식이 고정을 겸하게 한 판단이었습니다. |
집게를 지운 자리에 무엇을 세울 것인가?
고스디자인의 답은 커버였습니다.
다만 이 커버는 처음부터 정답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세 갈래로 벌려 놓은 컨셉이 사용자 검증을 거치며 하나로 수렴한 결과입니다.
Define 단계에서 고스디자인이 내놓은 컨셉이었습니다. 집게 디자인(개성 표현의 요소), 헤어롤 케이스(소장 욕구 자극), 헤어롤 형상(퍼스널 헤어롤). 각각 착용·보관·결과라는 여정의 다른 마디를 겨냥한 제안이었습니다.

첫 실마리는 관찰에서 나왔습니다. “집게 길이는 중요할까?” 사람들은 거울 앞에서 섬세하게 집게를 다루지 않습니다. 대개 보지 않고 ‘툭’ 착용합니다. 이 러프한 사용 방식은 집게가 헤어롤과 같은 크기여야 할 이유를 크게 줄여줍니다. 지금의 집게 크기는 사용성의 요구가 아니라 관성의 결과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부터 결정의 연쇄가 시작됩니다.
스프링이 마감도를 떨어뜨린다 → 스프링을 뺀다 → 고정 역할이 비어버린다 → 롤을 감싸는 커버가 마찰로 고정을 맡는다 → 커버가 머리에 직접 닿는다 → 자국이 우려된다 → 끝라인과 내부 형상을 완만한 라운드로 처리해 접촉 압력을 분산한다.
한 부품을 지우자 다음 문제가 따라 나오고, 그 문제를 푸는 형태가 다시 다음 조건을 만든 것입니다.

자국 완화는 클라이언트 피드백에서도 직접 지적된 항목이었습니다. 커버 장착 시 내부 접촉부 때문에 머리에 자국이 남을 수 있으니 완만한 라운드로 제안해 달라는 요청이 2026년 2월 초 리뷰에서 들어왔고, 최종안에는 ‘헤어 프렌들리 엣지’라는 이름으로 반영되었습니다. 감성 품질을 위해 시작한 파트가 사용성 부품이 되어 돌아온 지점입니다.
그립탭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버 위로 돌출된 귀 형상은 하나의 형태가 세 가지를 동시에 답합니다.
첫째, 손가락이 걸리는 지점을 만들어 별도의 힘 조절 없이 탈착을 가능하게 합니다.
둘째, 어디를 잡아야 하는지를 형태로 지시합니다.
셋째, 그 자체가 표정이 됩니다. 패브릭 소재를 얹으면 잡는 순간의 촉감까지 더해집니다.
기능을 위해 만든 돌기가 캐릭터가 되고, 캐릭터로 만든 돌기가 다시 손잡이가 되는 구조입니다.
세 요구가 하나의 판단으로 수렴한 것입니다

보관 문제는 별도의 파트로 풀렸습니다. 가방 속에 숨겨 넣던 물건을 가방 밖에 걸도록 뒤집은 것입니다. 심지에 키링 고리를 결합해 헤어롤을 꽂아 두면, 분실과 위생이 함께 해결되고 동시에 가방 위에서 자기표현을 하는 키링이 됩니다. 숨김을 노출로 바꾼 판단이 여기서 한 번 더 반복됩니다.
심지와 롤을 어떻게 결합할지는 여섯 가지 방식을 놓고 저울질했습니다. 실리콘 마찰 끼움, 봉제 인형 삽입, 볼펜 뚜껑식 클릭·스냅, 막대 체결, 나사 체결, 자석 결합. 최종적으로 채택된 것은 막대를 축 방향으로 끼워 고정하는 슬라이딩 방식과 핀 끼움 결합이었습니다. 자료에 배제 이유가 남아 있지는 않지만, 나사 체결은 고정력이 높은 대신 돌려 잠그는 조작이 ‘툭 꽂는’ 사용 방식과 어긋나고, 자석은 부품 수와 원가를 올린다는 점이 함께 고려되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막대 체결은 파츠를 갈아 끼우는 확장 구조와 그대로 이어집니다.

그 확장이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열쇠였습니다. 커버가 표정을 얹는 면이 되자, 고스디자인은 표정을 고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파츠를 지비츠처럼 꽂아 탈착·교체할 수 있게 하고, 표정 그래픽은 후가공 부착이 아니라 원단 프린팅 공정에서 패턴과 동시에 구현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금형을 바꾸지 않고 인쇄 그래픽만 교체해 표정과 테마, 시즌을 전개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 판단은 감성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양산의 문제였습니다.
하나의 금형으로 여러 개의 얼굴을 만들 수 있다면 재고와 초기 투자는 그대로 둔 채 라인업만 늘어납니다.
사용자에게는 오늘의 기분을 고르는 일이 되고, 회사에게는 컬렉션 구조의 굿즈 라인업이 됩니다. 이모티콘 같은 표정과 갈아 끼우는 파츠는 귀여움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감정 표현을 제품 구조 위에 올려놓은 장치였습니다.
1차 디자인 이후 고스디자인은 43명을 대상으로 선호도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3점 만점 기준에서 기본형 고정 커버는 평균 1.97, 캐릭터·패브릭 입체형 커버는 1.98에 머문 반면, 패치형과 헤어롤·케이스 결합형을 응용한 그룹은 평균 2.14로 앞섰고 개별 최고점은 2.72였습니다. 커버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롤·커버·심지가 한 세트로 묶일 때 반응이 올라간다는 신호였습니다.

하나의 커버를 몇 개의 표정으로 늘릴 것인가?
고스디자인이 최종 단계에서 한 일은 한 개의 완성품을 다듬는 것이 아니라, 표정이 계속 태어날 수 있는 판을 짜는 것이었습니다.
커버의 유형을 제작 방식과 표현 방식 두 축으로 나눈 매트릭스가 그 판입니다.
제작 축에는 베이직형·단순표현형·그립탭형을 놓고 타공, 음각과 양각, 풀커버와 하프커버, 후면이 뚫린 입체물, 스냅이나 자석으로 탈착되는 입체물까지 배열했습니다. 표현 축에는 표정, 캐릭터, 꽃과 나뭇잎, 로고, 통기 패턴, 귀·팔·다리·꼬리 같은 부속 형상, 그리고 지비츠처럼 꽂는 비즈를 나란히 놓았습니다.
이 두 축을 곱하면 개별 디자인 수십 개가 나옵니다. 매트릭스 자체가 결과물인 셈입니다. 개별 시안을 몇 개 더 그리는 대신 조합의 규칙을 넘긴 것은, 이 제품의 수명이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갱신 속도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이 규칙 위에서 네 개의 타입이 실제 디자인으로 전개되었습니다.
A타입은 타공과 돌출된 귀로 표정을 만든 기본형, B타입은 뽀글이 패브릭과 실크 인쇄에 지비츠식 파츠 교체를 결합한 커스터마이징형, C타입은 케첩·머스타드·피클·토마토처럼 교체 가능한 파츠로 조합을 즐기는 놀이형, D타입은 퍼 원단과 인형 눈·코, 갈색 목걸이까지 얹어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한 형태입니다. 네 타입은 서로 다른 디자인이라기보다, 앞서 만든 매트릭스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네 개의 증거였습니다.
네 타입은 다시 사용자 앞에 놓였습니다. 13명이 응답한 최종 선호도에서 D타입이 2.38, A타입이 2.31로 앞섰고, B타입 1.92, C타입 1.69가 뒤를 이었습니다. 캐릭터로 완결된 형태와 단순하고 얹기 쉬운 형태가 함께 상위에 오른 결과는, 이 제품이 ‘강한 하나’와 ‘무난한 하나’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라인업이 한 방향으로만 서면 안 된다는 신호였습니다.

CMF에서는 다시 제약과 협상해야 했습니다.
10~20대를 겨냥한다면 블랙 계열보다 연한 색이 맞다는 판단에 따라 대 사이즈에는 연핑크, 소 사이즈에는 보라를 얹었습니다.
만 컬러 제안의 폭은 무한하지 않았습니다. 쉬즈라인이 보유한 벨크로 원단의 색 자체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커버는 자유롭게 놀되, 롤과 맞닿는 색은 실제 자재 안에서 결정되어야 했습니다. 감성 품질과 조달 조건이 만나는 이 지점이 스타일링 성격의 프로젝트에서 늘 마지막 관문이 됩니다.
최종 사양은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습니다. 헤어롤 바디는 45∅ × 103mm에 두께 2T, 벨크로를 포함하면 약 50∅. 커버는 외경 약 55∅에 두께 2T로, 벨크로를 감은 롤을 여유 있게 감싸 마찰로 물립니다. 심지와 키링 고리는 41∅ × 103mm. 소재는 커버가 ABS와 패브릭, 심지는 봉제 인형 계열의 패브릭과 플라스틱, 키링 고리는 체인 달린 원형 기성품을 사용했습니다. 기성품을 적극적으로 쓴 선택은 원가와 리드타임을 함께 고려한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고스디자인의 원스톱 프로세스가 이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작동한 지점은 셋입니다.
첫째, 특허 리스크를 프로젝트 초입에 진단해 차별화의 축 자체를 ‘효과’에서 ‘경험’으로 옮긴 것.
둘째, 1차 43명·최종 13명의 선호도 검증과 실물 목업으로 방향을 두 번 확인한 것.
셋째, 부품별 소재·컬러·가공·마감을 항목화한 디자인 매뉴얼과 커버 유형 매트릭스를 배포해, 이후 쉬즈라인이 스스로 라인업을 늘릴 수 있는 기준을 넘긴 것입니다.


이슈 | 발견 | 인식 | 해결 | 전달 |
보이는 시간 (자기표현) | 말고 있는 긴 시간이 집 밖에서 흐른다. 예뻐지는 과정이 예쁘지 않다. | 감출 도구에서 보여질 액세서리로. 착용된 상태 자체가 완성. | 집게를 지우고 커버에 표정을 얹다. 이모티콘 그래픽과 귀 형상. | A·B·C·D 네 타입 전개, 13명 선호도에서 D 2.38·A 2.31로 상위 확인. |
고정과 자국 (사용성·구조) | 스프링 노출로 마감도 저하, 무게감, 머리 들뜸. | 고정은 부품이 아니라 감싸는 면이 맡을 수 있다. | 스프링 제외 + 롤을 감싸는 커버 마찰 고정 + 헤어 프렌들리 라운드 엣지. | 매뉴얼에 사양 반영. 장기 착용 자국·내구의 정량 검증은 이 단계에서는 미도달. |
보관·분실·위생 | 가방 속에 숨겨 다녀 잃어버리고 오염된다. | 보관하는 장면도 보여지는 장면이다. | 심지+키링 고리로 가방 밖에 건다. 결합 6종 중 막대삽입·핀끼움 채택. | 사용–보관–휴대를 한 시스템으로 통합. 키링 고리는 기성품으로 원가·납기 확보. |
확장성 (양산·시장) | 기능 차별화는 특허와 포화로 막혀 있다. | 차별화의 축을 ‘효과’에서 ‘경험’으로 옮긴다. | 금형 변경 없이 인쇄 그래픽 교체, 지비츠식 파츠 탈착. | 커버 유형 매트릭스 배포로 시즌·컬렉션 확장 구조 확보. 금형·벨크로 컬러 확정은 후속. |
고스디자인은 이 프로젝트에서 헤어롤의 기능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원통도, 벨크로도, 비전력 방식도 그대로입니다. 바뀐 것은 그 물건이 사람의 하루 안에서 차지하는 자리였습니다.
헤어롤은 원래 결과를 위해 참는 물건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지나면서 참는 시간이 아니라 드러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커버 하나를 새로 세우고, 그 위에 표정을 얹고, 표정을 갈아 끼울 수 있게 만든 결과입니다. 단순한 물건이지만, 오늘의 기분을 고르고 가방에 걸어 두고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고스디자인이 하는 일은 새로운 기능을 발명하는 일만이 아닙니다. 이미 완성된 물건 앞에서, 아직 아무도 문제라고 부르지 않은 시간을 찾아내 그것을 문제로 세우는 일 — 발견하고, 다시 정의하고, 형태로 풀고, 사용자 앞에서 확인하는 일입니다.

쉬즈라인은 헤어롤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고스디자인에 들어온 요청은 간단했습니다.
새로운 헤어롤을 디자인해 달라는 것. 그러나 헤어롤은 제품 디자인이 손대기 가장 까다로운 품목 중 하나입니다. 원통에 벨크로를 감고 머리카락을 만다 — 기능은 이미 완성되어 있고, 그 위에서 더 나은 기능을 주장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누군가의 특허 안에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킥오프에서 고스디자인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도 그 벽이었습니다. 기능적 접근은 특허 우려가 예상되고, 정형화된 아이템은 시장에 이미 충분히 많다는 것. 여기서 길은 둘로 갈립니다. 벽을 정면으로 넘으려 애쓰거나, 차별화의 축 자체를 옮기거나. 고스디자인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개발 목표를 ‘효과’가 아니라 ‘경험’ 단위로 다시 쓴 것이 이 프로젝트의 첫 판단이었습니다.
그 판단은 소극적 회피가 아니었습니다. 헤어롤을 쓰는 사람이 실제로 겪는 시간을 들여다보면, 정작 아무도 손대지 않은 문제가 기능 바깥에 크게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뻐지는 시간은 왜 예쁘지 않았는가
고스디자인이 사용자 여정을 따라가며 확인한 것은, 헤어롤의 진짜 문제가 ‘컬이 잘 나오느냐’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문제는 시간에 있었습니다. 앞머리 볼륨은 잠깐 말아서 나오지 않습니다. 아침에 말고,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고, 정거장에 서 있고, 지하철을 타는 동안 계속 말려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출근길과 등굣길에는 머리 위에 헤어롤을 얹은 채 서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뻐지기 위해 쓰는 물건인데, 예뻐지는 과정은 예쁘지 않습니다.
이 어긋남은 사용자 조사에서 문장으로 잘 나오지 않는 종류의 것입니다. 불편은 말이 되지만 민망함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헤어롤이 부끄럽다”고 말하는 대신 “그냥 그렇다”고 말합니다. 리서치에서 이 항목이 크게 잡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이것을 문제로 세운 것은, 디자이너가 조사표가 아니라 거리에서 본 장면을 근거로 삼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헤어 소품의 역사를 되짚은 대목이 이 판단을 뒷받침합니다. 과거에는 헤어롤을 말고 있는 모습이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읽혔습니다. 그 인식이 바뀐 계기는 성능 개선이 아니라 한 사람이 헤어롤을 액세서리처럼 당당히 노출한 장면이었습니다. 2009년의 딸기 모양 스펀지 롤이 폭발적으로 팔린 이유도 성능이 아니라 저렴하고 직관적인 귀여움이었습니다. 헤어 소품 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능이 아니라 인상으로 움직여 왔던 셈입니다.
킥오프에서 쉬즈라인이 인상적인 제품으로 꼽은 것이 헤어 브러시였다는 사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유는 성능이 아니었습니다. 교복 주머니에 꽂았을 때 하트 모양이 보인다는 것.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말한 이 한 줄이 이미 답의 절반이었습니다. 물건이 쓰이는 순간이 아니라, 보이는 순간이 이 카테고리의 승부처라는 것.
고스디자인이 이어서 들여다본 것은 10~20대 중반의 소비 심리였습니다. 이들에게 미적 선택의 기준은 ‘나에게 어울리는가’보다 ‘지금의 분위기와 맞는가’에 가깝습니다. 가방에 매단 키링 하나로 자신을 설명하고, 혼자 튀기보다 같은 방식 안에서 각자의 취향을 드러냅니다. 이 흐름 속에서 헤어롤은 더 이상 뷰티 도구가 아니라 취향과 태도를 말해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여정의 나머지 마디에서도 불편이 나왔습니다. 보관 단계에서 10대 사용자들은 헤어롤을 가방 속에 숨겨서 들고 다닙니다. 숨기니 잃어버리고, 가방 바닥을 굴러다니니 위생도 좋지 않습니다. 착용 단계에서는 집게가 걸렸습니다. 헤어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품이면서, 무게감이 있고 ‘준비 중’이라는 인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부품입니다. 결과 단계에서는 형상이 걸렸습니다. 지금의 앞머리 스타일은 모질과 파마 여부에 따라 갈라져 있는데 — 눈썹 위는 굵은 롤, 눈썹 밑은 타원형, 옆머리는 양쪽 세트 — 시장에 나와 있는 앞머리 롤은 여전히 원기둥 하나뿐이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 네 마디의 불편이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문장으로 묶인다는 점입니다. 헤어롤은 사용자의 하루 중 가장 오래 노출되는 물건이면서, 노출을 전제로 설계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
이슈
발견
인식
해결
전달
보이는 시간
(자기표현)
말고 있는 긴 시간이 집 밖에서 흐른다. 예뻐지는 과정이 예쁘지 않다.
감출 도구에서 보여질 액세서리로. 착용된 상태 자체가 완성.
집게를 지우고 커버에 표정을 얹다. 이모티콘 그래픽과 귀 형상.
A·B·C·D 네 타입 전개, 13명 선호도에서 D 2.38·A 2.31로 상위 확인.
고정과 자국
(사용성·구조)
스프링 노출로 마감도 저하, 무게감, 머리 들뜸.
고정은 부품이 아니라 감싸는 면이 맡을 수 있다.
스프링 제외 + 롤을 감싸는 커버 마찰 고정 + 헤어 프렌들리 라운드 엣지.
매뉴얼에 사양 반영. 장기 착용 자국·내구의 정량 검증은 이 단계에서는 미도달.
보관·분실·위생
가방 속에 숨겨 다녀 잃어버리고 오염된다.
보관하는 장면도 보여지는 장면이다.
심지+키링 고리로 가방 밖에 건다. 결합 6종 중 막대삽입·핀끼움 채택.
사용–보관–휴대를 한 시스템으로 통합. 키링 고리는 기성품으로 원가·납기 확보.
확장성
(양산·시장)
기능 차별화는 특허와 포화로 막혀 있다.
차별화의 축을 ‘효과’에서 ‘경험’으로 옮긴다.
금형 변경 없이 인쇄 그래픽 교체, 지비츠식 파츠 탈착.
커버 유형 매트릭스 배포로 시즌·컬렉션 확장 구조 확보. 금형·벨크로 컬러 확정은 후속.
감출 것인가?, 보여줄 것인가?
고스디자인은 감추지 않기로 했습니다. 갈림길은 분명했습니다.
한쪽은 헤어롤을 더 작고 더 눈에 안 띄게 만들어 노출의 부담 자체를 줄이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노출을 인정하고 보여질 것을 전제로 다시 설계하는 길입니다.
첫 번째 길은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두 번 막힙니다. 더 작고 더 눈에 안 띄는 헤어롤을 만들려면 결국 구조와 소재의 기능 경쟁으로 되돌아가야 하고, 그곳이 바로 특허의 벽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헤어롤은 머리 위에 있습니다. 머리 위는 감춰지지 않습니다. 감추려는 설계는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스디자인은 방향을 이렇게 못 박았습니다.
이 헤어롤은 제거되어야 할 도구가 아니라, 보여도 괜찮고 오히려 보여질 때 개성이 완성되는 오브젝트다.
컬의 완성 여부보다 지금의 나를 어떻게 드러내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소품이 아니라 액세서리로서의 헤어롤 — 이 한 문장이 이후 모든 판단의 축이 되었습니다.
방향이 정해지자 고스디자인은 ‘보여진다’를 여섯 갈래의 무드로 펼쳤습니다. 취향을 드러내는 키치함(Playful Kitsch), 보편적 호감의 귀여움(Simply Cute), 마는 동작과 음식의 이미지를 겹친 맛있음(Visually Tasty), 낯설어서 한 번 더 보게 되는 특이함(Curiously Different), 설명보다 인상이 먼저 남는 기상천외함(Wild & Odd), 착용하지 않아도 멋있는 물건으로 읽히는 오브제(Cool Object). 여섯 갈래가 각각 다른 물건을 제안한 것이 아닙니다.
노출이라는 하나의 조건을 서로 다른 감정으로 번역한 시안들이었습니다.
1. 아기자기한 모드
2. 갖고 싶게 만드는 귀여운 무드

3. 보기만해도 반응하게 맛있는 무드

4. 낯설어서 한번 더 보이게 되는 특이함 모드

5. 기상천외한 무드

6.힙합이 중심되는 오브제 무드

⚡ 착용된 상태로 완성되어야 할 액세서리 ↔ ‘준비 중’을 드러내는 스프링 집게와 모발 자국
보여질 것을 전제로 하려면 헤어롤 위에 표정과 개성이 얹혀야 합니다. 그런데 헤어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품인 집게는 정중앙에 스프링이 노출되어 마감도를 떨어뜨리고, 무게감으로 ‘준비 중’이라는 인상을 강화합니다.
그렇다고 집게를 없애면 고정력이 사라집니다. 고개를 숙이거나 움직여도 흘러내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이 제품의 존재 조건입니다. 게다가 머리에 직접 닿는 부품을 키우면 자국이 남습니다.
고스디자인은 부품을 고치는 대신 역할을 옮겼습니다. 집게가 맡던 고정을 ‘롤을 감싸는 커버’에 넘기고, 스프링을 지운 자리를 표정이 앉는 면으로 만든 것입니다. 고정 장치를 장식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장식이 고정을 겸하게 한 판단이었습니다.
집게를 지운 자리에 무엇을 세울 것인가?
고스디자인의 답은 커버였습니다.
다만 이 커버는 처음부터 정답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세 갈래로 벌려 놓은 컨셉이 사용자 검증을 거치며 하나로 수렴한 결과입니다.
Define 단계에서 고스디자인이 내놓은 컨셉이었습니다. 집게 디자인(개성 표현의 요소), 헤어롤 케이스(소장 욕구 자극), 헤어롤 형상(퍼스널 헤어롤). 각각 착용·보관·결과라는 여정의 다른 마디를 겨냥한 제안이었습니다.
첫 실마리는 관찰에서 나왔습니다. “집게 길이는 중요할까?” 사람들은 거울 앞에서 섬세하게 집게를 다루지 않습니다. 대개 보지 않고 ‘툭’ 착용합니다. 이 러프한 사용 방식은 집게가 헤어롤과 같은 크기여야 할 이유를 크게 줄여줍니다. 지금의 집게 크기는 사용성의 요구가 아니라 관성의 결과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부터 결정의 연쇄가 시작됩니다.
스프링이 마감도를 떨어뜨린다 → 스프링을 뺀다 → 고정 역할이 비어버린다 → 롤을 감싸는 커버가 마찰로 고정을 맡는다 → 커버가 머리에 직접 닿는다 → 자국이 우려된다 → 끝라인과 내부 형상을 완만한 라운드로 처리해 접촉 압력을 분산한다.
한 부품을 지우자 다음 문제가 따라 나오고, 그 문제를 푸는 형태가 다시 다음 조건을 만든 것입니다.
자국 완화는 클라이언트 피드백에서도 직접 지적된 항목이었습니다. 커버 장착 시 내부 접촉부 때문에 머리에 자국이 남을 수 있으니 완만한 라운드로 제안해 달라는 요청이 2026년 2월 초 리뷰에서 들어왔고, 최종안에는 ‘헤어 프렌들리 엣지’라는 이름으로 반영되었습니다. 감성 품질을 위해 시작한 파트가 사용성 부품이 되어 돌아온 지점입니다.
그립탭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버 위로 돌출된 귀 형상은 하나의 형태가 세 가지를 동시에 답합니다.
첫째, 손가락이 걸리는 지점을 만들어 별도의 힘 조절 없이 탈착을 가능하게 합니다.
둘째, 어디를 잡아야 하는지를 형태로 지시합니다.
셋째, 그 자체가 표정이 됩니다. 패브릭 소재를 얹으면 잡는 순간의 촉감까지 더해집니다.
기능을 위해 만든 돌기가 캐릭터가 되고, 캐릭터로 만든 돌기가 다시 손잡이가 되는 구조입니다.
세 요구가 하나의 판단으로 수렴한 것입니다
보관 문제는 별도의 파트로 풀렸습니다. 가방 속에 숨겨 넣던 물건을 가방 밖에 걸도록 뒤집은 것입니다. 심지에 키링 고리를 결합해 헤어롤을 꽂아 두면, 분실과 위생이 함께 해결되고 동시에 가방 위에서 자기표현을 하는 키링이 됩니다. 숨김을 노출로 바꾼 판단이 여기서 한 번 더 반복됩니다.
심지와 롤을 어떻게 결합할지는 여섯 가지 방식을 놓고 저울질했습니다. 실리콘 마찰 끼움, 봉제 인형 삽입, 볼펜 뚜껑식 클릭·스냅, 막대 체결, 나사 체결, 자석 결합. 최종적으로 채택된 것은 막대를 축 방향으로 끼워 고정하는 슬라이딩 방식과 핀 끼움 결합이었습니다. 자료에 배제 이유가 남아 있지는 않지만, 나사 체결은 고정력이 높은 대신 돌려 잠그는 조작이 ‘툭 꽂는’ 사용 방식과 어긋나고, 자석은 부품 수와 원가를 올린다는 점이 함께 고려되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막대 체결은 파츠를 갈아 끼우는 확장 구조와 그대로 이어집니다.
그 확장이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열쇠였습니다. 커버가 표정을 얹는 면이 되자, 고스디자인은 표정을 고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파츠를 지비츠처럼 꽂아 탈착·교체할 수 있게 하고, 표정 그래픽은 후가공 부착이 아니라 원단 프린팅 공정에서 패턴과 동시에 구현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금형을 바꾸지 않고 인쇄 그래픽만 교체해 표정과 테마, 시즌을 전개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 판단은 감성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양산의 문제였습니다.
하나의 금형으로 여러 개의 얼굴을 만들 수 있다면 재고와 초기 투자는 그대로 둔 채 라인업만 늘어납니다.
사용자에게는 오늘의 기분을 고르는 일이 되고, 회사에게는 컬렉션 구조의 굿즈 라인업이 됩니다. 이모티콘 같은 표정과 갈아 끼우는 파츠는 귀여움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감정 표현을 제품 구조 위에 올려놓은 장치였습니다.
1차 디자인 이후 고스디자인은 43명을 대상으로 선호도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3점 만점 기준에서 기본형 고정 커버는 평균 1.97, 캐릭터·패브릭 입체형 커버는 1.98에 머문 반면, 패치형과 헤어롤·케이스 결합형을 응용한 그룹은 평균 2.14로 앞섰고 개별 최고점은 2.72였습니다. 커버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롤·커버·심지가 한 세트로 묶일 때 반응이 올라간다는 신호였습니다.
하나의 커버를 몇 개의 표정으로 늘릴 것인가?
고스디자인이 최종 단계에서 한 일은 한 개의 완성품을 다듬는 것이 아니라, 표정이 계속 태어날 수 있는 판을 짜는 것이었습니다.
커버의 유형을 제작 방식과 표현 방식 두 축으로 나눈 매트릭스가 그 판입니다.
제작 축에는 베이직형·단순표현형·그립탭형을 놓고 타공, 음각과 양각, 풀커버와 하프커버, 후면이 뚫린 입체물, 스냅이나 자석으로 탈착되는 입체물까지 배열했습니다. 표현 축에는 표정, 캐릭터, 꽃과 나뭇잎, 로고, 통기 패턴, 귀·팔·다리·꼬리 같은 부속 형상, 그리고 지비츠처럼 꽂는 비즈를 나란히 놓았습니다.
이 두 축을 곱하면 개별 디자인 수십 개가 나옵니다. 매트릭스 자체가 결과물인 셈입니다. 개별 시안을 몇 개 더 그리는 대신 조합의 규칙을 넘긴 것은, 이 제품의 수명이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갱신 속도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이 규칙 위에서 네 개의 타입이 실제 디자인으로 전개되었습니다.
A타입은 타공과 돌출된 귀로 표정을 만든 기본형, B타입은 뽀글이 패브릭과 실크 인쇄에 지비츠식 파츠 교체를 결합한 커스터마이징형, C타입은 케첩·머스타드·피클·토마토처럼 교체 가능한 파츠로 조합을 즐기는 놀이형, D타입은 퍼 원단과 인형 눈·코, 갈색 목걸이까지 얹어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한 형태입니다. 네 타입은 서로 다른 디자인이라기보다, 앞서 만든 매트릭스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네 개의 증거였습니다.
네 타입은 다시 사용자 앞에 놓였습니다. 13명이 응답한 최종 선호도에서 D타입이 2.38, A타입이 2.31로 앞섰고, B타입 1.92, C타입 1.69가 뒤를 이었습니다. 캐릭터로 완결된 형태와 단순하고 얹기 쉬운 형태가 함께 상위에 오른 결과는, 이 제품이 ‘강한 하나’와 ‘무난한 하나’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라인업이 한 방향으로만 서면 안 된다는 신호였습니다.
CMF에서는 다시 제약과 협상해야 했습니다.
10~20대를 겨냥한다면 블랙 계열보다 연한 색이 맞다는 판단에 따라 대 사이즈에는 연핑크, 소 사이즈에는 보라를 얹었습니다.
만 컬러 제안의 폭은 무한하지 않았습니다. 쉬즈라인이 보유한 벨크로 원단의 색 자체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커버는 자유롭게 놀되, 롤과 맞닿는 색은 실제 자재 안에서 결정되어야 했습니다. 감성 품질과 조달 조건이 만나는 이 지점이 스타일링 성격의 프로젝트에서 늘 마지막 관문이 됩니다.
최종 사양은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습니다. 헤어롤 바디는 45∅ × 103mm에 두께 2T, 벨크로를 포함하면 약 50∅. 커버는 외경 약 55∅에 두께 2T로, 벨크로를 감은 롤을 여유 있게 감싸 마찰로 물립니다. 심지와 키링 고리는 41∅ × 103mm. 소재는 커버가 ABS와 패브릭, 심지는 봉제 인형 계열의 패브릭과 플라스틱, 키링 고리는 체인 달린 원형 기성품을 사용했습니다. 기성품을 적극적으로 쓴 선택은 원가와 리드타임을 함께 고려한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고스디자인의 원스톱 프로세스가 이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작동한 지점은 셋입니다.
첫째, 특허 리스크를 프로젝트 초입에 진단해 차별화의 축 자체를 ‘효과’에서 ‘경험’으로 옮긴 것.
둘째, 1차 43명·최종 13명의 선호도 검증과 실물 목업으로 방향을 두 번 확인한 것.
셋째, 부품별 소재·컬러·가공·마감을 항목화한 디자인 매뉴얼과 커버 유형 매트릭스를 배포해, 이후 쉬즈라인이 스스로 라인업을 늘릴 수 있는 기준을 넘긴 것입니다.
이슈
발견
인식
해결
전달
보이는 시간
(자기표현)
말고 있는 긴 시간이 집 밖에서 흐른다. 예뻐지는 과정이 예쁘지 않다.
감출 도구에서 보여질 액세서리로. 착용된 상태 자체가 완성.
집게를 지우고 커버에 표정을 얹다. 이모티콘 그래픽과 귀 형상.
A·B·C·D 네 타입 전개, 13명 선호도에서 D 2.38·A 2.31로 상위 확인.
고정과 자국
(사용성·구조)
스프링 노출로 마감도 저하, 무게감, 머리 들뜸.
고정은 부품이 아니라 감싸는 면이 맡을 수 있다.
스프링 제외 + 롤을 감싸는 커버 마찰 고정 + 헤어 프렌들리 라운드 엣지.
매뉴얼에 사양 반영. 장기 착용 자국·내구의 정량 검증은 이 단계에서는 미도달.
보관·분실·위생
가방 속에 숨겨 다녀 잃어버리고 오염된다.
보관하는 장면도 보여지는 장면이다.
심지+키링 고리로 가방 밖에 건다. 결합 6종 중 막대삽입·핀끼움 채택.
사용–보관–휴대를 한 시스템으로 통합. 키링 고리는 기성품으로 원가·납기 확보.
확장성
(양산·시장)
기능 차별화는 특허와 포화로 막혀 있다.
차별화의 축을 ‘효과’에서 ‘경험’으로 옮긴다.
금형 변경 없이 인쇄 그래픽 교체, 지비츠식 파츠 탈착.
커버 유형 매트릭스 배포로 시즌·컬렉션 확장 구조 확보. 금형·벨크로 컬러 확정은 후속.
고스디자인은 이 프로젝트에서 헤어롤의 기능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원통도, 벨크로도, 비전력 방식도 그대로입니다. 바뀐 것은 그 물건이 사람의 하루 안에서 차지하는 자리였습니다.
헤어롤은 원래 결과를 위해 참는 물건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지나면서 참는 시간이 아니라 드러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커버 하나를 새로 세우고, 그 위에 표정을 얹고, 표정을 갈아 끼울 수 있게 만든 결과입니다. 단순한 물건이지만, 오늘의 기분을 고르고 가방에 걸어 두고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고스디자인이 하는 일은 새로운 기능을 발명하는 일만이 아닙니다. 이미 완성된 물건 앞에서, 아직 아무도 문제라고 부르지 않은 시간을 찾아내 그것을 문제로 세우는 일 — 발견하고, 다시 정의하고, 형태로 풀고, 사용자 앞에서 확인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