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왜 사각형이어야만 하는가?

2026-07-28

우리는 매일 사각형 화면을 봅니다. 스마트폰도, 모니터도, 거실의 TV도 사각형입니다. 

너무 당연해서 아무도 묻지 않는 이 형태를, 고스디자인은 LG Display와 함께 정면으로 되물었습니다. 

TV는 왜 늘 사각형이어야 했을까요.


디스플레이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

인류가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것은 고대 벽화입니다. 단순한 그림 이상의 의미를 담은, 인류 초기의 시각적 표현이었습니다. 사냥하는 방법, 종교의식, 자연현상 — 후세에 전해야 할 중요한 정보가 벽화에 기록되었습니다. 지금의 인쇄물처럼 기록과 전달의 의미가 컸으며, 디자인의 관점에서는 생존을 위한 인간의 표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벽화는 동굴과 바위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인류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자, 더 자유로운 기록의 방법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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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이 캔버스로 옮겨오면서 표현은 장소의 구속에서 풀려났고,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그 표현을 대량으로 복제해 디스플레이를 대중화했습니다. 전달해야 할 정보가 넘칠 때마다 인류는 새로운 매체를 요구했고, 그 끝에 TV가 있었습니다. 매체가 바뀌는 동안에도, 정보를 담는 '틀'은 늘 사각형으로 남았습니다. 


TV는 왜 늘 사각형이어야 했는가?

그 사각형이 어떤 비율에서 멈췄는지도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책과 모니터, 영화 스크린이 가로세로를 일부러 황금비 1:1.618에 가깝게 맞춰 온 것처럼, 화면은 인간이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비례로 스스로를 조정해 왔습니다. 사람의 눈은 좌우 약 180도, 상하 약 130도의 시야를 가집니다. 수직보다 수평을 더 넓게 보는 눈에게 가로로 긴 사각형은 가장 안정적인 틀이며, 16:9가 4:3을 대체한 것도 이 수평성의 강화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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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의 대표 제품인 TV는 더 선명한 화질, 다양한 볼거리, 편의 기능, 인테리어 요소까지 — 인간의 욕구를 채우며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기술 발전을 일으키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 인간의 욕구인 만큼, 디자인은 그 인간을 관찰하고 욕구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을 요구하고 제안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VR 기기의 출현으로, TV가 지녔던 공간의 제약마저 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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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고스디자인이 발견한 것은 분명했습니다. 사각형은 나쁜 관습이 아니라, 콘텐츠를 보는 목적에는 여전히 최적의 답이라는 것. 그렇다면 새로움은 사각형을 부수는 데서 오지 않습니다. 진짜 물음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사각형을 버리는 문제인가, 디스플레이의 목적을 다시 묻는 문제인가?

고스디자인은 문제를 다시 정의했습니다. 이것은 사각형을 버리는 문제가 아니라, 디스플레이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가르는 문제였습니다. 사각형이 최적인 목적이 있고, 사각형이 답이 아닌 목적이 따로 있다면, 형태는 그 목적의 경계를 따라 갈라져야 했습니다.

이 재정의는 관찰에서 나왔습니다. TV는 더 이상 방송만 보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시청 행태 조사에 따르면 TV 수상기 보유율은 96.4%로 여전히 가장 보편적인 미디어였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76.9%까지 올라 하루 이용시간에서 TV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TV를 보면서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방금 본 내용을 검색했습니다. TV는 스마트 기기(Smart Equipment)가 되어 가고 있었고, 정보의 상당 부분은 이미 '두 번째 화면'으로 옮겨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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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디자인은 여기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사용을 보았습니다. 하나는 누워서 영화를 보는, 서사에 몰입하는 시간입니다. 다른 하나는 날씨·일정·집안 기기의 상태처럼, 곁눈으로 흘려 받는 정보의 시간입니다. 앞의 시간에 사각형은 완벽했습니다. 뒤의 시간에는 사각형이 오히려 과했습니다. 하나의 화면이 두 목적을 다 떠안으려 하니, 정보는 콘텐츠를 가리고 콘텐츠는 정보를 밀어냈던 것입니다. 우리가 마주한 것은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목적의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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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각 폼팩터에는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방송국에서 보내오는 신호 자체가 사각 프레임에 맞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형태를 함부로 바꾸면 화면이 왜곡되거나 잘려 나가 시청자의 몰입을 무너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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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과 구매욕구는 사각형을 벗어나라 요구했지만, 화면을 곡면으로 굽히거나 모서리의 R값을 키우면 영상의 연결성이 끊기고 몰입이 무너졌습니다. 게다가 패널은 사각으로 만들어지고, 고객은 여전히 더 큰 화면을 원했습니다. 자유형태의 이상과 발광면의 현실이 정면으로 부딪친 것입니다. 그래서 고스디자인은 문제를 옮겼습니다. 화면 전체를 자유롭게 만들 것이 아니라, '사각으로 지킬 영역'과 '자유롭게 풀 영역'을 목적으로 나눈다.


발광면은 사각으로 두고, 형태는 어디까지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고스디자인 팀은 답을 하나의 원칙으로 세웠습니다. 영상이 놓이는 발광면은 사각으로 지키고, 그 바깥의 형태를 자유롭게 확장한다. 사각형은 콘텐츠의 것으로 남기고, 자유형태는 정보와 환경의 것으로 넘긴다는 재정의를, 그대로 형태의 규칙으로 옮긴 것입니다.

이 원칙을 시험하기 위해 고스디자인 팀은 폼팩터를 넓게 펼쳤습니다. 확장형(extendible), 콘텐츠 인터페이스형, 오브제·장식형, 프레임 디스플레이 등 아이디어를 A부터 I까지 전개한 뒤, 이를 네 갈래로 분류했습니다. 사각 화면에 별도 화면을 더하는 '확장+분리', 비정형 형상의 'Irregular+확장', 모서리를 둥글리며 넓히는 'Round+확장', 원형을 분리해 앉히는 'Circle+분리'. 각 갈래는 서로 다른 목적과 서로 다른 대가를 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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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Irregular) 형상은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에는 어울렸지만, 범용으로 쓰기 어렵고 TV 콘텐츠를 얹으면 쓰지 못하는 면적이 크게 생겼습니다. 완전한 원형(Circle) 분리는 비례와 구도에서 안정적이고 감성적이었으나, 사각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줄 위험이 있었고 전용 UI가 새로 필요했습니다. 조작성이나 참신함이 좋아도, 범용성·콘텐츠 효율·소비자 수용이라는 세 요구가 겹쳐 어긋나는 안은 자연스럽게 내려놓았습니다.

판단의 기준은 리서치에서 이미 나와 있었습니다. 고스디자인은 기존 TV처럼 콘텐츠를 단순 소비하는 화면은 사각형을 벗어나는 순간 대중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화면을 곡면으로 굽힐수록, 구성비를 키울수록 영상의 연결성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남은 길은 분명했습니다. 발광면 자체를 비틀지 않으면서, 그 둘레의 실루엣만 자유롭게 푸는 방향 — **'Round + 확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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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렌더링 단계에서 고객의 피드백은 이 방향을 다시 확인해 주었습니다. 메인 디스플레이는 기존 프레임을 유지할 것, 대화면 요구에 맞게 발광 면적을 최대로 가져갈 것, 직선의 프레임에 곡선의 디자인 요소를 더할 것. 선호가 높았던 B·C·D·H 안 가운데 B와 D는 하나로 합치고, C와 H를 구체화하기로 정리되었습니다. 자유형태의 이상이 패널 제조와 대화면이라는 현실과 만나, '사각 발광면 + 곡선 하우징'이라는 하나의 합의로 수렴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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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은 Type C였습니다. 65인치의 사각 발광면은 그대로 두되, 좌우 실루엣을 완만한 곡선으로 부풀려 눈(目) 혹은 나뭇잎을 닮은 자유형 외곽을 만든 형태입니다. 좌우로 흐르는 곡선에는 R665, R838, R1042, R1148로 이어지는 큰 반경들이 겹쳐 있습니다. 이 곡선의 여백 — 사각형 바깥에 새로 생긴 이 자리 — 이 바로 재정의가 가리켰던 '자유롭게 풀 영역', 즉 앰비언트 정보와 환경 인식을 위한 확장의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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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나의 결정은 한 가지만 답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각 발광면을 지킴으로써 콘텐츠 연결성과 패널 제조성, 대화면 요구를 한꺼번에 만족시켰고, 바깥의 곡선으로 차별화된 조형과 확장의 여백을 동시에 얻었습니다. 세 요구가 하나의 실루엣으로 수렴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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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 아니라, 사양으로

고스디자인은 이 방향을 감각이 아니라 사양으로 확정해 넘겼습니다. 1차·2차 렌더링을 거쳐 다듬어진 Type C는 최종 렌더링과 디자인 시방서(디자인 매뉴얼)로 정리되어, 후속 개발이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최종 형태의 완성도는 마감에서 드러납니다. 뒷면은 무광과 유광을 섞은 헤어라인 처리의 브러시드 메탈로 마감되어, 얇은 블레이드처럼 좌우로 흐르는 측면 실루엣을 금속의 질감으로 받쳐 줍니다. 시방서는 부위별 색·소재·마감을 명확히 규정했습니다. 로고는 크롬 메탈, 백 커버는 블랙 PCM에 헤어라인, 미들 캐비닛은 실버 알루미늄 고광택, 전면은 글라스. 스탠드는 SUS와 투명 아크릴로 화면이 공중에 떠 있는 인상을 만들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인치별 좌·우·모서리 R값을 규정한 도면까지 포함되어, 자유형 곡선이 임의의 감각이 아니라 재현 가능한 수치로 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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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는 선행 디자인이었으므로, 고스디자인은 개념을 형태로 세우고 그 형태를 표준 지침서로 확정하는 데까지를 책임졌습니다. 폼팩터 A~I의 전개와 4 GROUP 스크리닝, 고객 피드백을 통한 압축, 그리고 CMF 시방서 배포 — 이 일련의 과정 자체가, 시행착오를 앞단에서 흡수해 다음 단계의 리스크를 줄이는 고스디자인 방식의 증거입니다. 양산 설계와 지재권 검증, 워킹 목업 검증은 이 선행 단계의 몫이 아니라 후속 개발의 과제로 정직하게 남겨졌습니다.

범용의 형태에서, 목적의 형태로

제품 디자인 회사 고스디자인이 이 프로젝트에서 확인한 것은, 사각형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사각형이 '범용'의 답이었을 뿐 유일한 답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벽화가 고정에서 이동으로, 인쇄가 소수에서 대중으로 나아갔듯, 디스플레이는 이제 하나의 범용 형태에서 목적마다 갈라지는 여러 형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커브드에서 밴더블로, 폴더블·롤러블로 화면이 분화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선행 디자인은 그 분기의 한 지점을 형태로 붙잡은 기록입니다. 콘텐츠에는 검증된 사각을 남기고, 새로 열린 목적에는 자유로운 곡선을 내어 준 65인치 Type C. 고스디자인은 이 개념을 최종 렌더링과 CMF 시방서로 확정해, '왜 사각형인가'라는 물음에 **'목적이 형태를 정한다'**는 답으로 매듭지었습니다.

발견은 요청 뒤의 진짜 물음을 찾는 일이고, 인식은 그 물음을 다시 정의하는 일이며, 해결은 여러 요구를 하나의 형태로 수렴시키는 일이고, 전달은 그 형태를 다음 손에 넘길 수 있는 사양으로 완성하는 일입니다. 고스디자인은 기술과 사용자 경험을 형태 안에서 만나게 하는 엔지니어링 디자인으로, 이 네 국면을 하나의 궤적으로 잇습니다.




















GOTH DESIGN /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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